십자가

윤동주

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.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.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, 괴로웠던 사나이,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.

별이 된 시인
윤동주
19171945

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저항 시인. 부끄러움과 자기성찰, 별과 바람을 노래했다.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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